단기 알바 참 좋아. 어차피 주말 되면 미적거리면서 침대에서 뒹굴기 일쑤인데, 이런 거라도 하면 주말에 일찍 일어나고 기분 전환도 되고 장점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아르바이트는 EJU 안내자 아르바이트. 일본유학을 위한 시험이다. 한일협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한 후 감독이 되기 위한 이력서를 제출하고 나면 며칠 후 승인 문자가 온다. 조금 특이한 점은 특정 수준 이상의 일본어 자격증 또는 일본 거주 경험을 요구한다는 것. 하지만 사실, 정감독이 아닌 이상 시험장에서 일본어를 사용할 일은 전혀 없다.
배정받은 학교는 신도림 인근의 고등학교. 집합 시간은 학교마다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우리 고사장은 7시 30분까지 집합이었다. 사실 난 일요일 버스 배차가 길다는 걸 생각 못하고 6시 30분 좀 넘어서 출발했다가 늦었다. 그렇지만 괜찮았어. 어차피 시험은 9시 40분 시작이고 대부분의 업무도 제대로 시작하는 것은 8시 30분 이후이다. 조금 늦더라도 예비 인력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나처럼) 10분 늦었다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는 것 같더라.
TMI) 최단거리 검색해서 가다가 후문으로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 있는 바람에 그냥 담 넘어가려고 철문 위에 올라갔다가 ㄹㅇ 떨어져 죽을 뻔했다. 문 틈에 크록스 끼는 순간 주마등 스쳐가더라... 간신히 다시 내려와서 정문으로 갔다. 초행길에는 지도에 꼭 OO고등학교 정문으로 검색하자.
나는 정문 업무를 배정받았다. 처음엔 이 땡볕에 밖에서 내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복도는 단독으로 감독하는 듯한데, 정문은 보안요원+팀장님+다른 정문 안내자까지 네다섯 명이서 옹기종기 있어서 오히려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사진이 이 모양이긴 하지만 밥도 맛있었다. 항상 맘스터치를 주신다는 것 같다.
특히 시험날 처음 뵌 다른 안내자가 무척 다정하고 상냥하신 덕분에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한 게 좋았다. 정문 업무 특성상 학생들이 고사실에 입장한 후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그냥 정문 앞에 앉아 있는데... 그냥 어디서 오셨어요 정도로 시작한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져서 수험생들 입실이 끝난 10시부터 16시까지 취미니, 좋아하는 영화, 가본 여행지, 평소에 뭐하는지 같은 스몰톡부터 대학 생활이나 회사 생활, 앞으로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이야기도 하고 막판에는 요즘 인생에서 일과 행복이 주객전도되는 것 같다는 다소 심오한 이야기까지 한 후 내 인생을 응원받으며 대림역에서 헤어졌다. 나와 대화를 맞춰주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난 대화의 결이 잘 맞는다고 느껴서 너무 조앗음! 즐거웠어! 저번 토익 알바에서도 같이 일한 감독관이 정말 좋았는데 이번엔 더 좋았다 ㅋㅋ 이런 사람을 이런 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참 행운이고 삶의 재미다 싶었음.
EJU 알바보다 알바에서 만난 사람 얘기가 더 길긴 한데... 아무튼 첫 EJU 알바 끝. 주어지는 업무 중에서는 비교적 피곤하다고 여겨지는 정문 알바가 이렇게 편하다니, 다음에 반드시 또 신청해서 복도 업무를 배정 받고 싶다...*^^*... 11월 EJU, まって!
'티끌 모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익 감독관 아르바이트 (0) | 2024.05.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