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제 토론토 온 지 벌써 일주일 되었다. 오늘은 어학원 등교 첫날. 어학원의 효용은 영어를 내뱉는다는 것 이외에도 참 많다. 일단 9시까지 도착이라는 조건이 달려있기 때문에(흡사 고시반) 아침 일찍 일어나게끔 된다는 것, 오전 시간을 알차게 쓴다는 것, 하루의 루틴이 생긴다는 것(아침에 커피 한 잔 or 과일 - 수업 - 점심 -오후 일정).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가볍게 수다 떨 수 있다는 것, 대학생 신분이 아닌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메리트로 느껴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팀 홀튼 한 잔 사서 어학원 입장.
CES가 국적 비율이 괜찮다고 했는데, 블로그 후기 찾아보니까 아시아인 천지라 그래서 에궁... 유감이다 싶었다. 근데 막상 가보니까 유럽/남미 사람들 많더라. OT 듣고 반을 배정받았는데, 우리 반은 일단 아시아인 2명, 남미 1명, 유럽 4명이다. 애들 다 귀엽고 적극적이고 선생님도 좋아. 첫날이라 정신없긴 하지만 수업도 좋았다. 일단 어떤 여자애가 선생님은 바이든 좋아해요 트럼프 좋아해요? 이런 거 물어보는 친구라 그냥 재밌었음 ㅎㅎ 나도 긴장 좀 풀리면 이것저것 물어봐야지. 근데 선생님 약간 전형적으로 '일본 문화 좋아하는 서양인' 같았음. 이렇게 단편적으로 일반화해서 미안하지만 뭔 얘기만 나오면 "오~ 이건 일본에도 있는데~ OO는 경험해 본 적 있나요?"식으로 15분에 한 번씩 얘기함. 나한테는 "교토에 진짜 맛있는 한국 찻집 있어"라고 하던데 어쩌라고... 하지만 좋은 분 같아요~
쉬는 시간에는 같은 반 일본인 친구랑 이야기했다. 어디서 왔냐, 몇 살이냐, 옆 자리에 앉은 폴란드애는 14살이랜다, 그게 말이 되냐, 나는 대학 졸업했다, 헉 너무 어려 보여서 상상도 못 했다, 이런 얘기하다가 우리 너무 동아시아스러운 대화하는 거 같다고 말하니까 그 친구가 막 웃었다 ㅋㅋ... 진짜 일본인이랑 한국인 만나니까 이런 얘기한다...
진짜 너무 TMI: 우리 반의 남미 친구가 Hailee Steinfeld(비긴 어게인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딸로 나온 배우, 마블에 케이트 비숍)이랑 진짜 똑같이 생겼다. 누구 닮았다는 말도 실례일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서 봐서 뭐라고 말은 못 하겠는데 진짜 교실 들어올 때 헤일리 들어오는 줄... ㅎㅎ 정말 TMI네요~!
점심은 Poke guys. 학원 바로 옆에 있는데다가 구글맵 리뷰가 아주 호평 일색이어서 오래전부터 점찍어둔 가게이다. 게다가 아까 수업 시간에 옆자리 폴란드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무슨 음식 제일 좋아하냐길래 샐러드, 포케, 샌드위치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하니까 강력하게 추천해 줘서 더 기대되는 마음으로 방문. 가장 유명한 참치+연어 조합을 주문했다.
방문 후기: 얘네들은 단체로 한국 와서 포케올데이랑 훅트포케한테 요리 연수 받고 가야 할 듯... 미안한 말이지만 이 정도 수준의 음식을 $17에 팔다니 미각과 물가 둘 중 하나는 단단히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구글맵에 달아둔 하트 표시 지움.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팀 홀튼에서 치킨 랩을 먹는 것이 낫겠다.
어학원 끝나고 팀홀튼 한 번 더. 오전에는 더블더블을 어플로 어떻게 시키는지 몰라서 커피에다가 따로 시럽이랑 크림을 추가했는데, 포케 먹으면서 어플을 다시 살펴보니까 더블더블이 Brewed coffee 메뉴 안에 옵션으로 들어가 있어서 발견 기념으로 또 주문했다. 근데 아이스로 시키는 걸 까먹음. 다음엔 꼭 아이스로. 아무튼 맛있었다.
학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은 빨래도 하고 중간 짐 정리도 하고 이것저것 할 게 있어서 집에서 좀 누워있다가 다시 외출.
UofT bookstore 발견. 입장.
우리 학교는 돈에 미쳤다고 친구들끼리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했었는데 토론토대에 비하면 참 검소한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짜 Bookstore 이름 달고 있으면서 매장 안에서 책 한 권도 못 보고 옷만 주야장천 봄. 옷이 진짜 반팔, 후드티, 모자, 운동복, 반바지, 양말, 심지어 색깔별로 아주 다양하게.
전공 티셔츠. 이런 거 우리 학교도 단과대별로 있으면 좋겠다. Roots랑 콜라보도 했더라. 우리 학교도 Nerdy랑 한 판 하자.
토론토대 굿즈가 예쁘다고 해서 이것저것 살까 했었는데 퀄은 그저 그렇고 그다지 예쁘거나 희소성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아서 마음 접었다. Bye. 게다가 나 며칠 내내 사고 싶다고 생각 중인 굿즈가 있는데, 그것보다 예쁘지도 않은 것 같다. 그 굿즈가 무엇인지는 n일 뒤에 공개.
저녁은 팀홀튼 치킨랩. 맛있다. 첫날 먹었을 때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먹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ㅋㅋ 여기 매장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괜찮았어. 가게마다 분위기가 정말 제각각이라, 분위기 좋은 팀홀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Lillian H. smith Library. 여기는 도서관마다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가 붙어있는데, Lillian 씨는 위키를 읽어보니 대충 토론토 도서관의 거장 같으신 분인 듯.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인데 너무너무 좋다. 인기 많은 도서 모음집을 'Best Bets'라고 이름 붙인 것이 재미있다.
왼쪽 책 빌렸다. 진짜 몇 년 동안 베스트셀러라 너무 궁금하고 여기서도 몇십 명씩 예약 밀려있는 책인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이 도서관에 있어서 빌렸다. 다 읽고 반납하고 가는 게 목표예요...^^ 오른쪽 책은 그냥 웃겨서 사진 찍음. 여기도 일잘러 되는 방법 알려주는 경영경제분야 자기계발서가 흥행하는 것은 마찬가지구나.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거 오늘도 +1
좋다. 가운데 매대에서 책을 팔고 있었다. A great way to support the library. 이것뿐만 아니라 공립 도서관들이 조금씩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 꽤 있는 것 같은데, 흥미롭다. 굉장히 공립 도서관이 잘 돌아가는 듯...
오늘은 학원 가고 밥 먹은 거 이외에 딱히 한 거 없지만 뭔가 흡족한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숙제하고 뭐 또 정리하고 이것저것 했다. 학원에서 액티비티도 이것저것 있던데 뭐부터 할까, 기대된다. 아자아자.
남은 기간 목표
▷ 액상과당 최대한 사먹지 말기. 버블티, 슬러시 이런 거. 단, 커피 제외.
▷ 파이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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