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침부터 또 팀홀튼. 내 체중 급증의 이유가 팀홀튼인 것 같다. 맨날 설탕이랑 크림 들이부은 커피를 한두 잔씩 마시는데 살이 안 찌는 것도 재주긴 하겠다. 오늘은 시럽이랑 크림을 줄여서 받았는데 맛이 없다. 맛없는 커피 먹을 바에야 안 먹을래... 내일부터는 팀홀튼 단식에 들어간다. 지켜봐 줘. 매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토론토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스타벅스와 팀홀튼에서 이렇게 이름을 띄워준다. 우리나라도 도입되면 유용할 것 같다. 특히 우리 학교 점심시간 스타벅스 같은 경우에 말이다. +) 8월 추가. 우리 동네 스벅에도 이름 띄워주는 전광판 있더라..ㅋ
어학원 3일차. 이번 주 내내 안 나왔다던 한국인 친구가 등장했다. 한국인 둘이서 영어로 대화하는 게 웃겨서 둘 다 엄청 웃음. 나는 이제 여기 온 지 일주일 넘었는데, 그 친구는 이미 온 지 6개월 되어가고 7월 중순에 한국에 돌아간대. 워홀도 아니고 그냥 어학연수 6개월로 왔다고 하더라. 멋지당. 나와 타인의 타임라인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 너무 재밌다.
그 친구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가령 지금 선생님이 무척 별로라서 기존에 있던 애들이 다 반을 옮겨 나갔다는 것. 어쩐지. 본인 말씀이 너무 많으시고 대화 핀트가 잘 안 맞을 때가 지나치게 많긴 했다. (예를 들면, 90년대에 캐나다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역 배우 이름을 말씀하시고, 애들이 어리둥절한 눈치니까 어머! 어떻게 이 배우를 모를 수가 있어! 하는 식이다.) 나이가 꽤 지긋하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꽤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고. 어차피 나는 교재나 진도 나가는 것보다는 사람들이랑 대화하고 원어민들은 어떻게 말하나 듣는 게 더 비중 있는 목표였기 때문에 지금으로도 딱히 불만족하는 건 없긴 한데, 그래도 일단 내일 반을 옮겨달라고 말씀드릴까 고민 중.
그리고 오늘의 깨달음. 한국에서 실생활 영어 알려주는 블로그나 유튜브 보면 "테이크 아웃 안 써요! To-go입니다!"라고 그렇게 말해대더니 오늘 보니까 여기 사람들 Take-out 씀... 뭥미.
학원 끝나고 방문한, 처음 가보는 식료품점 Longo's. 토론토 인근에서 무척 유명한 마켓인데 이제야 가본다. 점심으로 먹을 샐러드도 구입. 오랜만에 샐러드 먹으니까 기분은 좋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더라니, 재료 퀄이 별로였다. 메트로 샐러드 먹고 싶다. 그냥 가게 전반적으로 팜보이나 메트로가 나음. 여기 너무 동네 마트 감성임... 음식도 그저 그렇고 직원도 딱히 안 친절하다. 같은 반 폴란드 친구가 여기 초밥이 맛있다고 하던데 딱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Bye.
다시 AGO. 저번에 못 본 전시들 다시 볼 요량으로 간 건데 오늘도 다 못 봤다. 4층부터 2층까지 내려오면서 진짜 구석구석 보고 와! 드디어 다 봤다! 이제 새로 열리는 전시만 보면 되겠다! 생각하고 나오는 길에 1층에 상설 전시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7월에 전시 2개 또 오픈하던데 진짜 규모가 규모가 규모가 규모가 규모가 규모가 미쳤구나. 며칠 안에 다시 와야 할 듯... 밑은 전시 사진 좀 찍은 것들.
이 전시가 이번 방문의 가장 주된 목적이었다. 높고 가파른 4층에 있다.
도슨트랑 동선이 겹쳐서 잠깐 들었는데 좋았음. 다음에는 시간 맞춰서 시작할 때부터 따라 들으려고.
전시 보다가 발견한 그림인데, 색감이 오른쪽이랑 너무 비슷하지 않아? 오른쪽은 녹황색사회 작년 여름에 나온 앨범 자켓이다. 내가 찍은 사진 색감이 실물보다 훨씬 어둡게 나와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진짜 비슷하다. 여기 와서 진짜 많이 느낀 거지만 유행이고 트렌드고 감각이고 전부 그냥 돌고 돌고 돌아서 크게 보면 뭐 특별할 것도 없는 것 같다. 난 오른쪽 자켓 사진 맨 처음에 보고 정말 너무 예쁘다고 감탄했었는데 왼쪽 그림 오늘 보고서 그 마음이 좀 식었다...
마무리는 또 기념품 가게. 규모가 국현미/국중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굿즈 가게가 정말 잘 되어 있다. 특히 티셔츠가 진짜 예뻐. 머리에 맴돈다...
공부하고 책 읽으러 Dark horse espresso. 저번에 먹어보고 싶었던 말차 화이트초코 딸기 라떼와 buckwheat cookie를 시켰다. buckwheat이 뭐지? 검색해 보니까 메밀이래. 이게 메밀 쿠키라고? 얘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둘 다 몹시 맛있었다. 특히 쿠키는 캐나다에서 먹은 베이커리류 중 1등. 진짜 맛있어서 $3.6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생각함. 말차 화이트초코 딸기 라떼는 그냥 예상 가는 맛있는 맛. 개인적으로 말차랑 딸기가 그다지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상품으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여기는 토론토 시내에 정말 찾기 힘든 <코드/공부할 자리/적당한 음악이 있는 카페>이다. 저번에 오고 흡족해서 다시 온 건데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진짜 많더라. 저번에 본 핑계고에서 홍진경이 뉴욕대 앞에 분식집 제대로 된 거 차리면 진짜 잘 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게 무슨 마음인지 이해가 간다. 토론토에도 우리나라식 스터디 카페 차리면 진짜 진짜 진짜 잘 될 거다. 다운타운 인근에 대학도 많고 어학연수 온 학생들도 정말 많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돈을 아끼겠다는 생각도 딱히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거니까 커피랑 자리에 값도 꽤 받을 수 있을 거고. 근데 카공할만한 카페는 너무 없다. hmmmmm.... 누군가가 사업 시작해 줬으면~~
그리고 길거리 편집샵/서점/빈티지샵 구경. 잡다한 거 많더라. 한 서점에서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전 세계 서점 100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우리나라도 소개되어 있을까? 싶어서 보니까 제주도의 소리소문이랑 송파구의 서울 책보고가 실려있었다. 둘 다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디...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인생 살면서 반드시> 이런 미사여구가 다 허상이라는 주장이 오늘도 강화되었다.
토론토 박물관에서 하는 야생동물/자연보호 관련 전시가 있어서 그것도 구경. 재미없었다. 약간 애기들 위주. 그리고 마저 길거리 구경. 구경하다가 조금 무서웠던 해프닝이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인간이 갑자기 나한테 옷을 굉장히 잘 입었대, 예술하거나 그래피티 같은 거 그리는 사람이냐는 거야. 노숙 3일 차에 패스트푸드만 먹은 몰골이라고 생각했었는데(실제로는 에어비앤비에서 잠, 맨날 커피 마심, 몰골만 좀 그럼) 그런 말 할 때부터 이상했어. 근데 캐나다는... 스몰톡의 나라니까. 박물관에서 짐 보관함 키 반납하다가도 나 몇십 년 전에 한국 방문한 적 있다고 말 거는 나라니까. ㅇㅋ. 여기서 뭐하면서 지내냐, 왜 왔냐, 무슨 공부하냐, 이런 거 물어봐서 또 스몰톡인줄 알고 꼬박꼬박 대답함. 몰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본인은 여기서 뭐 분석하는 걸로 박사 공부하고 있대. 그러더니 나한테 술 마시냐는 거야? 그래서 나 술 안 마신다고 했더니 왜~~ 너 나이면 마시고 어울리고 그래야지~~ 이러는 거임. 그 분위기 싫어한다니까 갑자기 본인도 술 안 마신대... 구라 치지 마... 술 안 마시는 사람치고 먼저 술 마시냐고 물어보는 사람 살면서 본 적 없음. 아무튼, 그러더니 와 우리 잘 맞는 것 같은데 내일 저녁 같이 하는 거 어떻냐고 하더라. 그래서 좀 부담스럽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그럼 커피 한 잔 하쟤. 그래서 아... 이거 내 정서랑 안 맞는다, 나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피곤하다, 공부할 거 많다(이때부터 횡설수설해서 걔도 못 알아들었을 거임) 이러니까 원래 이렇게 사람 알아가는 거지~ 왜 이렇게 재미없어~ 이러는 거야. 왜 지랄이지... 그래서 걍 거절하고 ㅌㅌ함. 이렇게 글로 쓰니까 제안-거절 프로세스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너무너무 무서웠음 웬 첨 보는 외국인이 나한테 이래 그래서 오면서 갑자기 급격히 우울해짐... 왠지 길 가다가 봉변당할 것 같고.. 안 그래도 어젯밤에 옆방 살던 착하고 엄청 젠틀하고 친절한 프랑스 친구 나가고 키 엄청 큰 캐나다 친구 들어와서 약간 쫄고 있던 상태였단 말임... 우우.. 그래서 이 불안감과 절망감을 극복하기 위해 뭐라도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T&T 마켓에 감.
근데 항상 9시 언저리에 가던 T&T를 6시쯤에 방문하니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 다들 손에 그릇을 하나씩 들고 나오는 거야. 어 뭐야? 저녁 시간에는 뭐 특별한 음식이 있는 건가?라는 설렘을 안고 입장했더니
이걸 어떻게 참아
꺄아아악 어떻게 참아 바로 퍼담아줬다
(좌) 엄청 큰 것처럼 질소만 잔뜩 충전해 두고 정작 과자는 저기에 절반도 안 들어있다.
(우) 우리나라보다 불닭 종류가 더 다양하다.
아까 길에서 말 건 걔 때문에 달라라마도 못 가서 결국 여기서 물도 샀다. 여기 물 1병에 3달러인데!!!! 달라라마에서 3달러면 4병 사고도 남는데. 원통하다.
너무너무 맛있어. 솔직히 T&T 가격이 딱히 싼 것도 아닌데 왤케 인기 많은 거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 먹고 납득했다. 진짜 맛있고 괜찮다. 심지어 이게 $7!!!!! 아주 훌륭해. 앞으로 자주 방문할 예정. 여태까지 너무 늦게 가서 없었나 보다.
이건 그냥 내가 요즘 자주 먹는 간식이다. 아주 맛있다.
아무튼 이렇게 하루 끝. 또 책 읽고 영화 보고 티스토리 쓰는 게 일상이다. 한국이나 캐나다나... 세상 돌아가는 거 다를 거 없고 그곳에서의 나나 여기에서의 나 역시 다를 거 없다. 내일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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