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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2024 Toronto

D+23 | Toronto outdoor picture show, BeaverTails etc

by 뱅... 2024. 7. 19.

안녕. 오랜만에 무척 선선하고 부드러운 날씨. 최고 기온이 23도. 무척 가을 같다. 내가 매년 가을이면 느끼는 어떤 감상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있는데, 오늘 바람은 꼭 그 감상과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이었어.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늘도 오전은 학원. 새로운 사실! 18세 미만 청소년이 학원을 다닐 때는 사무직원이 그 청소년의 출석을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우리 반의 15살 대만걸 덕분에 알게 되었다. 신기해.
 

여전히 파업하고 있는 LCBO. 오늘도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운전자들을 보았다. 옆에서 전단지도 나누어주고 있길래 읽어봄. 비정규직을 casual worker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에 국통직 친구와 '비정규직이 영어로 뭔지 앎? Temporary? Non-regular?' 이랬던 기억이 나는데 보고 있니 GO야, 여기는 casual이라고 하는구나...
 

수업 끝나고 팜보이 가는 길. 이제는 무척 익숙하다.
 

요즘 눈독 들이고 있는 주스. 근데 내 손가락만한 게 $4는 너무한듯하여 고민 중이다.
 

눈독 들이고 있는 과자들.
 

오늘은 샐러드. 토마토, 버섯, 계란, 닭고기 위주로 담았다. 이런 건강한 날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어.
 

좋은 건 한 번 더

확대샷. 토마토는 저번보다 별로였고 버섯이 정말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달걀 먹으니까 너무 맛있어! 마켓에서 10구짜리 하나 살까 생각 중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잠깐 이것저것 정리하고 다시 외출. 후술하겠지만 오늘의 외출은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TTC를 타고 남쪽으로 40분 정도. 꽤 거리가 있었다. 가는 길에는 그래도 꾸역꾸역 외교사. 여기서 요약본으로 공부하자니 아쉬움이 너무 많아서 돌아가면 꼭 교과서 정독해야겠다고 결심. 발췌독으로는 너무 선명한 한계를 느낀다.
 

도착. 여전히 청명한 날씨.
 

처음 와보는 동네. 다운타운과 거리가 꽤 있어서 그냥 소소하게 평화롭고 재미없는 마을이려나 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있을 브랜드랑 마켓은 다 있으면서 사람은 적고 분위기 있고. 켄싱턴 마켓이니 무슨 타운이니 하는 동네보다 훨씬 훨씬 좋았다. 딱 살기 좋은 동네 느낌.
 

뜻하지 않게 발견한 Craig's cookie. 유니언 역에서는 사람들이 엄청 줄 서 있었는데 여기는 손님이 한 명도 없길래 바로 들어가 주었다.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랑 페레로로쉐를 구입했다. 원래 이따 영화 보면서 먹으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지, 잠시 후 길거리에서 다 씹어먹었다.
 

유니언역 지점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못 봤는데, 여기는 인테리어가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상상 속의 쿠키 가게를 실현한 느낌, 귀여워. 대신 쿠키 종류가 역보다 덜 다양했던 것은 아쉽네. 여기 쿠키가 꽤 자극적이고 느끼한 건 맞지만 또 생각날 정도로 맛있어서 사갈까 싶다가도 뭔 쿠키를 이 돈 주고 13시간 비행기 타면서까지... 싶어서 보류 중이다.
 

두 번째 행선지는 Queen books. 며칠 전 방문했던 서점에서 <죽기 전에 가야 할 세계의 서점> 비스무리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소개된 서점이다.
 

오~ 책뿐만 아니라 서점만의 굿즈도 있고, 잘 살펴보면 이 동네의 커뮤니티 기능도 살짝 수행하는 듯하다.
 

괜찮다 싶은 개인 서점은 하나같이 아동용 코너를 근사하게 구비해둔 것이 좋았다.
 

큐레이션도 굿! 어떤 의도로 이 서점을 가보아야 한다고 한 것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이전에 방문한 Type books가 무척 마음에 들고 인상 깊고 좋았고 훌륭했던 관계로 Queen books가 막 새롭게 좋지는 않았다.
 

다음은 공립 도서관. Queen/Saulter 지점이다. 도서관 지점마다 이름이 특이해서 그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여기는 Saulter가 영국의 어떤 가문 성이라는 것 말고는 구글링해서 딱히 나오는 게 없네.
 

사진은 안 찍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았다. 그래서 사진을 안 찍었나보다. Reference 지점과 Lillan 지점에 익숙해진 내겐 너무 실망스러운 스케일. 희한한 점은 뜬금 맞게 건물 여기저기에 중국어로 공지사항이 적혀 있었다는 점. 왜일까. 찾아봤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영화 보러 가는 길에 팀 홀튼. 원래 스타벅스에서 파인애플 리프레셔를 사려고 했다. 이따 볼 영화가 파인애플과 관련이 있거든. 하지만 근처에 스벅이 없는 관계로, 여기사 복숭아 Quencher를 샀다.
 

도착! Corktown Common.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구성이 잘 되어있는 공원이다. 우리 집 앞 퀸즈파크는 그냥 대충 포크레인이 손에 잡히는 대로 만든 건가 생각이 들 정도.
 

공원 풍경. 땅이 넓으니까 진짜 공원 스케일도 장난이 아니다. 엄청 넓다. 솔직히 이때부터 다리 아팠음.
 

토론토는 정말 강아지 천국. 귀여워.
귀여워.
 

오늘의 목표였던 행사. Toronto Outdoor picture show. 야외에서 영화 상영하는 날! 토론토 공원 곳곳에서, 매주, 특정 요일마다 영화를 상영하는데 오늘은 중경삼림이었다. 토론토 공원에서 영어 자막 달린 중경삼림? 감성이 미쳤지, 이건 봐야해! 라는 마음으로 입장. 근데 좀처럼 영화가 상영을 안 하는 거야. 알고 보니까 21시 넘어서 시작한대... 내가 공지를 잘못 봤다. My bad. 어쨌든 갑자기 시간이 3시간 붕 뜬 사람이 되어버림. 뭘 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남쪽으로 걷기 시작.
 

토론토의 몇 없는 토론토 음식인 '비버테일'을 먹으러 왔다. 비버꼬리를 닮은 빵이라서 비버테일.
 

World Famous Pastries. 이름값 할까? 사람들이 하도 맛있다고 해서 궁금한 상태.
 

흥미롭죠. 과연 빵에다가 토핑 조금 올린 저 빵이 $7~$9의 가치가 있을지...
 

후기: 뭐 지나가다 먹으려면 먹겠는데 가격도 맛도 솔직히 평범하다. 토론토니까 올려치기 당하는 거지 서울이었으면 런베뮤까지도 안 가고 노티드 선에서 컷 당할 듯.
 

아쉬운 마음을 안고 돌아가는 길에 Loblaws. 토론토에서 꽤 유명한 마켓인데 내 동선에는 딱히 없어서 이번에 처음 가보았다. 근데 그저 그래. 난 메트로랑 팜보이가 좋다.
 

그리고 걸어서 다시 공원에 돌아갔는데 이게 뭔... 솔직히 여기서부터 기운 확 빠져서 집 가고 싶었다. 캐나다 OTT에는 중경삼림 없니?
 

어쨌든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 잡고 기다리는 중. 예상치 못하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음 심란하고 집 가고 싶지만 또 어두워지는 하늘과 스크린이 낭만 있어서 좋았다가 정신 오락가락하는 상태였다. 근데 진짜... 주변 너무 시끄럽고... 아니 그리고 사회자가 어제 왕가위 생일이었다고 다 같이 Hapy birthday 왕가위 외치자는 거임... ㅋㅋㅋ 근데 다들 하더라... 게다가 본편 시작하기 전에 소규모 단편 영화 두 개를 보여줬는데 두 번째 단편 영화가 너무 별로였음. 그리고 주변에서 자꾸 떠들고 시끄러워. 어쨌든 중경삼림 봐야 하니까, 그래도 버텼어. 근데 아니,,,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말이 많냐
 

그래서 대충 223이 파인애플 통조림 유통기한 운운할 때 그냥 나왔다. 영화 다 끝나면 11시 넘을텐데 내 정신력으로 그때까지 공원에 있는 건 무리야. 너무 내 예상과는 다르게 불편하고 정신없는 행사였어. 영화를 좋아하지만 누군가랑 같이 본다든가 단체로 무언가를 한다든가 관람 이상의 액티비티로 경험을 전환하는 거 잘 안 맞는다는 거,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색다른 경험일 것 같아서 시도해 봤다가 진짜 잘 안 맞는다는 사실 다시금 잘 알고 갑니다... 진짜 너무 피곤했다.
 
아무튼 오늘은 엄청 많이 걷고 이것저것 잡다하게 먹고 지출도 야금야금 꽤 있었던 것치고는 좀 아쉬운 하루였어. 그냥 일정이나 동선만 생각해도 무리인 하루였는데 머리 속으로 ① 내일은 학원 시험 있으니까 그래도 리뷰 한 번 하고 가야 할 텐데 영화 다 보고 집에 가서 티스토리 쓰면 새벽 1시일 것 같다는 생각 ② 외교사 스터디 공부하고 현출한 거 인증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 ③ 평소랑 들고 다니던 짐 내용물이 살짝 달라서 계속 체크 ④ 교통카드 충전이 충분하지 않고 비버테일 가게에서 카드 결제가 또 declined 뜸 등 이런저런 생각으로 기운도 많이 썼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것들을 어느 순간 자꾸 까먹는 느낌이다. 까먹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까먹어도 괜찮으니 끊임없이 환기해야 할까?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뭘 피곤해하거나 뭘 좋아하거나 뭘 어떻게 해야 더 잘하는지 분명 알고 있는데도 그걸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김에 한 번 되새기기.
 
이제 토론토살이도 열흘 조금 넘게 남았다. 막판일수록, 어떤 일정이 끝나갈수록, 무엇이든 그 방향아 마지막을 향할수록, 무언가를 더하기보다는 계속 덜어내고 빼야 마무리가 깔끔하다는 것을 정말 분명하게 나는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남은 일정 정리 잘하기. 최근 며칠 너무 정신없이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