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비 오는 토론토. 비토. veto?
ㅋㅋ 이런 거 나만 웃기지. 오늘은 비도 오겠다 몸도 피곤하겠다 비교적 얌전한 하루를 보낼 계획이었다. 기상도 느지막하게 함. 사진은 구름과 안개에 가려진 CN타워. 집 앞에서 한눈에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든다.
아점으로 어제 먹었던 블랙버드 베이킹에 재방문. 딸기 데니쉬와 이름 모르는 빵을 샀다. 둘 다 해서 $10 정도. 맛있어! 특히 딸기 데니쉬는 위에 보이는 딸기 세 조각 말고도 밑에 딸기 슬라이스랑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어서 너무 맛있었다. 그런데 이틀 연속으로 먹으니까 미안하지만 좀 질린다. 굳이 갔던 가게 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음엔 다른 가게에 가보는 것으로.
드디어 방문한 Toronto Reference library.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토론토에서 가장 큰 공립 도서관이라고 하는데, 납득.
사진 자유롭게 찍으려고 서류 작성 후에 허가증도 받았다. 이런 제도가 꼼꼼하고 친절하게 운영되는 것이 참 좋다.
정말 장서의 규모는 물론이고 시설까지, 살면서 가본 도서관 중에서 최고다. 우리나라의 그 어떤 도서관과도 비교할 수 없음. 물가 비싼 거 갑자기 이해됨. 이 정도 문화시설 유지하고 무료로 제공하려면(솔직히 이 정도면 단순히 문화시설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이라 불러야 한다) 그 정도 물가랑 세금은 감안해야지. 그나저나 AGO도 그렇고 Eaton Centre도 그렇고 집 앞 도서관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후술할 인디고까지 다 가운데가 중정 형태로 뚫려 있고, 사방에서 가운데로 모이거나 볼 수 있게 만든 형태이던데, 이게 이 동네의 보편적인 형태인 걸까? Panopticon의 나라임?
여기서 그간 밀린 일들 좀 했다.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쭉 확인. 메일 정리. 기숙사 일정 확인. 1학기 성적 확인(망함ㅋㅋ 조기졸업의 꿈이 요원해지는 중). 7월 공모주 캘린더 확인. 토론토에서 남은 계획 정리. 그리고 여기 있으면서 경제학이랑 국제법 어떻게 공부할지도 대충 아웃라인만.
도서관 1층에는 발작 커피도 있다. 캐나다에서 유명한 카페 고르라면 꼭 들어가는, 게다가 비교적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Balzacs. 나는 솔티드 캐러멜 라떼를 먹었다. 사실 캐나다 메이플 라떼 주문했는데 잘못 나왔다. 한국인 서버로 보이는 분이 미안해하셔서 그냥 괜찮다고 받아왔다. 어차피 메뉴 도장 깨기 할 생각이었다.
Indigo.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문고+핫트랙스 같은 느낌. Eaton centre에도 있지만 여기가 훨씬 규모도 크고 분위기도 좋다. 누군가가 계속 피아노를 치고 있던데 드뷔시 노래부터 위켄드 노래까지 아주 폭넓게 연주하셔서 구경하는 내내 귀가 즐거웠다. 동시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한 명 고용하는 게 사람 정서에 너무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우리 학교도 구중도나 신중도 1층에 피아노 하나 두고 음대 근로장학생 모집해서 좋아하는 노래 연주하라고 하면 좋겠다. 다만 구중도 1층이라면 24시 지박령들이 괴로워할 수는 있겠네. 근데 신중도 1층은 원래도 떠들라고 만든 공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한참 동안 서가 구경. 재밌어 보이는 책도 많고 특이한 책도 많았어. 아무튼 뭔가 우리나라랑 다른 것들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다음 행선지는 Textile museum of Canada.
퀼트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무척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또 주제의식은 꽤 의미가 있는 듯해서 재밌기도 하고. AGO를 둘러보면서도 느꼈지만,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원주민들의 역사, 식민지로서의 역사와 더불어 미국과 궤를 함께 하는 근대사,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컨셉까지 나라 전체가 하나의 디아스포라 그 자체인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 관련 행사들을 보며, 그 취지는 이해하나 '21세기 우리나라에서 디아스포라라니, 홍철 없는 홍철팀 마냥 너무 당사자 없는 논의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해할까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에 이민자가 거의 없는데 무슨 논의냐는 뜻이 아니라, 사회적 배경이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중요한 하나의 아젠다로 삼을 수 있을 만한 토양이 마련되지 않을 것 같다는 뜻. 동시에 나 역시 그 개념에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 와서 이런저런 전시를 살펴보니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기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보기.
전시 말미에 있던 활동.
우리나라와 일본에 아주 잔뜩 꽂혀 있다.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서울과 도쿄에 유난히. 쿠릴 열도에서 오신 분도 계신다. 반갑습니다.
Textile 박물관을 나와 장 보러 가는 길에 있던 해프닝. 며칠 전부터 Too good to go라는 어플로 음식을 픽업할 생각이었다. 북미권에서는 꽤 유명한 어플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따라한 스타트업 버전의 어플이 있다. 나중에 포스팅할 생각. 그런데 자꾸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거야. 네다섯 번을 시도해도 안 되길래 음, 오늘 좀 늦어서 가게들이 주문을 안 받는 건가. 근데 그렇다기엔 가게 취소가 아니라 자동 취소인데. 체크카드는 등록이 안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장을 보러 갔다.
Metro 도착. 여기 너무 좋다. 매장도 깔끔하고. 포장된 과일이나 음식들이 너무 비싸서 마음에 좀만 더 여유가 생기고 나면 그냥 고기나 레토르트 식품을 사서 부엌에서 해 먹을 것 같다. 맛있어 보이는 요거트도 많고 치킨도 맛있어 보이고 연어 같은 것들도 너무 먹음직스러움. 조금만, 기다려~ 일단 오늘은 저녁으로 먹을 샐러드와 과일, 간식만 샀다.
그리고 진짜 해프닝. 결제를 하려는데, S카드가 전혀 먹히지 않는 것임. 결제가 취소되었대. 그래서 다시 했더니 또 안 돼. 너무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T카드를 충전해서 포스기에 꽂았다. 휴~ 카드 2개 챙겨서 다행이당ㅎㅎ 이러면서. 근데 그 카드도 안 돼. 글로 쓰니까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어쩐지 입국 심사가 1분도 안 걸리던데 그게 문제였나, 인터넷에서 필요하다고 한 서류 1도 확인 안 하던데 그래서 내 거 정지된 건가,부터 시작해서 아, Too good to go 어플이 감염되어서 내 카드 해킹당했나? 이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급하게 현금으로 해결했다. 출국 전에 "카드 2개 있으니까 괜찮아~ 아니 현금 필요 없다니까;;"라고 호언장담하는 내게 현금 찔러준 엄마아빠, 땡큐. 벌써 40달러나 썼다...
카드가 먹히지 않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서 빠르게 달라라마로 달려가 세제와 과자를 샀다. 진짜 여기서도 안 먹히면 어디에 문의를 해야 할까 무척 심각한 고민을 하면서. 근데 엥? 여긴 되더라. 그제야 마음을 침착하게 먹고 다시 생각해 보니 카드를 잘못 꽂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내가 카드를 2개 다 잘못 꽂았다고? 글쎄. 게다가 Too good to go는 진짜로 안 됐잖아. 왜지. 아무튼, 내일 다른 곳에서 결제해 보고 문제없길 바라는 중.
짜잔~ 오늘의 장! ① 며칠 전부터 구입하겠다고 벼르던 냉동 과일. 망고+크랜베리 두 개에 $9. 훌륭한 가격대라고 생각함... ② 세제. 드디어 샀다. ③ Riviera. 딸기바나나맛. ④ 칸탈루프 멜론. 우리나라는 초록색 네트 멜론이 보편적이지만, 북미는 칸탈루프가 더 공급이 잘 되는 것 같다. ⑤ 샐러드. 며칠 전 먹은 샐러드의 오이가 무척 맛있어서 이번에도 오이 들어있는 걸로. ⑥ Lays 케첩맛. JH가 대신 먹어달라고 한 바로 그 과자이다. 별로 안 땡겨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샀다.
일단 Lays 후기. 진짜 맛있더라. 감자칩도 별로 안 좋아하고 케첩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진짜 맛있었다. JH야, 의심해서 미안해. 역시 살다 온 애 말은 듣는 게 맞구나. 예전에 손석희가 강동원을 보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하찮은가'라고 생각했다는 썰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오늘 Lays를 먹으면서 '샐러드니 과일 같은 것들의 매력이란 얼마나 하찮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샐러드는 맛있죠? 이게 $8.49 임. 굿. 소스가 동봉되어 있지 않아서 대부분 사겠지만, 나는 원래 샐러드에 소스 안 뿌려먹어서 괜찮았다. 그리고 치즈랑 닭이 역시 짬. 신선하고... 아삭하고... 아카시아 꽃향기가 나고~.... 맛있어. 그리고 양이 진짜 많다. 만만하게 봤는데 이거 한 끼에 먹을 분량이 아님. 음식 먹다 남기고 다음 날 먹는 거 싫어해서 다 먹긴 했지만 다음에는 점심으로 사서 점심+저녁으로 먹을 것 같다. 멜론도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그리고 배부르다. 진짜 배부르다.
아무쪼록 오늘은 19시경에 하루 마감. 5일 동안 너무 무리하기도 했고 곧 학원 갈 준비도 해야 하고 영수증이랑 짐도 좀 정리하고 쉬어야겠다. 빠이.
뜬금없는 잡설(재미없음)
1. 성적이 나왔다. 이번 학기는 1차 시험에서 떨어지고 예정에 없이 복학한 것이기도 하고, 학기 초부터 시험을 계속 준비할지 말지도 고민이었으며, 그 와중에 일단 고시반은 들어갔고, 어쩌다 보니 여러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어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힘든 한 학기였다. ㅎㅎ 밑밥 다 깔았다. 22학점을 신청해 놓고 9학점을 철회할 때부터 이번 학기는 그냥 가볍게 다니자! 생각했었는데 성적도 ㅋㅋ 가볍게 나왔다. 그래도 대부분 나쁘지 않게 받았다. 쓸데없이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인간의 감정' 이런 교양 꿀강이라고 해서 들었다가 시험한테 처맞은 것 빼고는 만족스럽다. 아무쪼록 진짜 한 학기도 끝. 이제 다시 휴학이다. 작년 이맘때보다, 재작년 이맘때보다, 더 의미 있는 휴학으로 만들기.
2. 역시 뜬금없지만, 오늘 재밌게 읽은 한국일보 기사. 어딘가에 저장하고 싶은데 할 데가 없어서 여기다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