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론토 온 지 3일 차. 좋은 날씨! 평생 이렇게 하늘과 구름이 아름다운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곳은 어지간해서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 아시죠. 마음이 천국이면 세상도 천국이고 마음이 지옥이면 세상도 지옥. 그렇지만 날씨가 좋으면 마음도 좀 더 좋을 확률이 높긴 하니까.
비 올 줄 알고 오늘 토론토대와 공립 도서관에 갈 계획을 세웠었는데 바로 걷어차버리고 세인트로렌스마켓행. 이런 날씨에 도서관에 가는 건 말도 안 된다.마침 거리가 꽤 되어서 프레스토 카드로 버스와 TTC를 타보았다. TTC가 '타볼 테면 타봐 시발'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운행이 불규칙하다는데, 다운타운에도 해당되려나. 편하게 갔다.
잠깐 들린 Rexall. 렉셀이라 읽는다. 토론토 곳곳에 있는 깔끔한 드럭스토어인데 약국이기도 해서 약도 엄청 많다. 보일 때마다 들어가서 아이쇼핑하고 필요한 물건은 달라라마 가서 사는 중임 ㅎㅎ 출국 전에 영양제 같은 것들만 모아서 여기서 한 번에 살 것 같다. 아무튼 사진은 갑자기 Lays가 눈에 띄어서. JH가 본인 대신에 제발 먹어달라고 한 과자인데 별로 안 땡김...
와! 구글. 앞에 있는 건물은 이쪽 동네의 상징과도 같은 Gooderham Building이다. 건축 자체가 무척 유명한 건물이라 조금 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이 당시에 머릿속에 랍스터 샌드위치 먹을 생각밖에 없어서 대충 찍고 마켓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유명한 성당도 봄. 그 성당은 다음에 더 살펴보고 싶다.
도착! 앉아서 먹기도 편하고 시설도 잘 되어 있다. 분위기도 좋고, 가게들도 많고, 빈티지샵도 있고, 발작 커피도 있다.
진짜 시장이다. 식자재도 정말 다양하게 많이 팔고 가격도 굿. 중간중간에 식당도 있는 것이 약간 망원 시장 바이브였다. 아무튼 오늘의 목적지는 Buster's sea cove. 랍스터 샌드위치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다른 곳은 다 적당히 있는데 여기만 줄이 길게 서있었음 ㅎㅎ 사람들이 입을 모아 비싸지만 맛있다고 하던데, 어떨지 궁금.
랍스터에 레몬 쭉 뿌려먹으니까 너무 맛있다. 이 정도 양에 $25.03. 가격만 보면 비싼 건 맞지만 이 정도 퀄리티에 분위기면 에잇! 기분이다! 하고 사 먹을만한 가치가 있는 정도. 진짜 맛있더라. 먹으면서 내내 양이 줄어드는 게 슬펐다. 많이 먹어대는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음. 샐러드도 굿. 근데 샐러드는 막 내 스타일은 아니라 조금 아쉽긴 했다. 감자튀김 or 샐러드 택 1이었는데 감자튀김 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
그리고 마저 마켓 구경. 사진상 가운데에 있는 코코넛 럼볼을 사먹었다. 럼볼 위키피디아를 살펴보니 대충 영미권 크리스마스 디저트인 듯. 어쩐지 무진장 달더라. 현재까지 토론토 worst 소비 1위 제품이다. 너무 달고 맛도 그저 그랬음. 럼볼 자체도 그저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어째 이 가게가 쏘쏘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거 먹으면서 마켓 1층이랑 지하 1층 구경했다. 근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전통시장이나 먹거리 시장 느낌은 별로 안 좋아해서... 금방 흥미 떨어짐. 그래서 장소 이동.
지하철 타고 College station으로 이동. 이케아와 그 근처 식료품 가게에 들를 생각. 아직 TTC 탔을 때로부터 두 시간이 안 지났을 때라 프레스토 카드 환승이 가능했다. 동선 복잡하게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해야 할 때는 반드시 프레스토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그나저나 지하철 의자 배치가 무척 자유분방해서 신기했다. 다양한 체형을 고려한 것인가요?.. 자유롭고 좋긴 한데 우리나라 지하철이 더 좋다. 일단 스크린도어 없는 게 너무 무서워.
그리고 역에 내리자마자 발견한 마트 Metro.
있을 건 다 있으면서 가격은 대충 합리적인 선에다가 과일도 꽤 괜찮아서 다음에 다시 와서 사야지 결심했다. Farm boy와 Dollarama도 방문할 예정이라 무언가를 닥치는 대로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대충 먹고 싶은 것들만 마구 사진 찍어뒀는데, 일단 이 Riviera 요거트가 패키지도 예쁘고 맛도 다양해서 마음에 들었다.
헉. 너무 내 스타일인데. 다음에 사 먹어야지.
이것도 사서 밤에 넷플릭스 볼 때 퍼먹을 계획이다.
조금 궁금했던 점. 마켓을 가나 쇼핑몰을 가나 식료품점을 가나 어딜 가도 베이커리 매대가 무척 잘 되어 있다. 캐나다는 베이커리가 유명한가요? 근데 유명한 것치고는 또 길거리에서 빵 가게를 많이 본 것도 아니다. 좀 더 알아보고 나서 아마 빵도 도장 깨기 시작할 듯.
아이키아 구경. 캐나다는 아이키아라고 읽는대. 간단하게 슬리퍼랑 컵 같은 거 사려고 들어간 건데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이랑 핫도그 먹으려고 했는데 줄이 너무너무 김. 근데 이미 세인트로렌스 한 바퀴 돌고 대중교통 타고 날씨 너무 좋아서 사진 잔뜩 찍고 메트로에서 구경 너무 많이 해서 지친 상태라 줄을 서고 싶지가 않았음. 다음 기회에. 어차피 이 건물 안에 아이키아, 메트로, 팜보이, 달라라마까지 다 있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올 게 뻔하다.
아이키아를 나와서는 달라라마. 진짜 달라라마 없었으면 빈털터리 되었다. 약간 토론토의 다이소 포지션인 듯하다. 쇼핑까지 하니까 정말 진이 다 빠지더라. 그리고 기운 없다는 사람치고는 희한하게 다시 새로운 식료품점에 방문했다. Farm boy. Metro보다 조금 더 고급 느낌 나고 비싸지만 그만큼 품목도 다양하고 예쁜 것도 많다.
아. 한국에 사가고 싶다. 스타벅스 커피 인핸서. 샷 내리고 거품기로 거품내서 올리면 진짜 최고일 것 같은데 그거 하겠다고 이걸 한국에 사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 유난처럼 느껴진다 ㅋㅋ 아 탐난다.
여기도 지구 사랑, 비건, 채식, 이런 컨셉으로 핫한 건 마찬가지구나. 새삼 전지구적 트렌드다 진짜. 꼭 그런 트렌드가 아니더라도 오트밀크나 아몬드밀크 옵션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하고 관련된 제품이 많아서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샐러드 발견하고 소리 지름. 이거지. 이게 인생이지. 충격을 받고 미친 듯이 오이와 토마토를 퍼담음.
미쳤지. 심지어 100g에 $2.79. 담으면서 '와 진짜 헐값이다 토론토에도 이런 혜자가 있구나 많이 담아봤자 300g일 것 같은데 이제 한 그릇에 15불하는 포케 먹을까 말까 고민할 필요가 없네 팜보이 찬양해 맨날 여기 온다' 생각했는데 계산할 때 보니까 500g 정도 담고 택스 붙어서 15불 넘음 ㅋㅋ... 근데 정말 이런 샐러드가 너무 먹고 싶어서 오후 4시도 안 됐는데(심지어 랍스터 샌드위치 먹은 지 4시간도 안 됨..) 집 오자마자 냉큼 다 해치움. 너무 맛있다. 감탄. 눈물. 다음에 또 먹게 된다면 얇게 자른 오이토마토는 안 넣고 생오이 생토마토랑 닭가슴살만 듬뿍 넣어서 먹을 것 같다. 이런 닭가슴살이 너무 그리웠어. 아무런 간도 안 되어 있고 퍽퍽한 진짜 닭가슴살. 이 나라는 고기에 간을 너무 많이 해댄다.
집에 돌아와서 짐 정리하고, 티스토리 쓰고, 영수증 정리하고, 근처 동네 구경. 켄싱턴 마켓과 리틀 이탈리 근처를 산책했다. 날씨 너무 좋고 바람 불고 테일러 스위프트 노래 들으면서 걸으니까 기분 말 그대로 째짐. 다음 달에 방문할 가게 몇 개도 점찍어뒀다. 예를 들면~
너무 내 스타일로 생긴 스타벅스!! >.< 여긴 진짜 꼭 가보고 싶다.
산책의 마무리로 숙소 근처의 T&T 마켓 재방문. 애매한 시간에 식사들을 한 터라(그냥 수시로 먹은 거긴 함) 배가 고파서 갔다. 근데 Metro랑 Farmboy 때문에 눈이 높아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두 번째 방문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약간 평범해졌다고 느낌 ㅋㅋ T&T에서는 캐나다 음식은 모르겠고 일본에서 파는 레어한 킷캣이나 중국 스타벅스 음료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 다음 기회에!
오늘의 (21시에 먹는) 저녁. 아시안 마켓이라 그런지 역시 아시안 푸드가 굿. 원래 스시 먹으려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따뜻한 음식으로 골랐다.(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9도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잘 챙겨 먹는 내가 흡족하다.
이렇게 오늘 하루 끝. 지금은 애나 만들기 틀어놓고 망고 푸딩 먹으면서 티스토리 쓰고 있다. 작성 완! 너무 피곤해서 땅바닥에서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좀 침착하고 차분하게 보내야지. 지난 며칠간 도파민이 너무 분비되어서 몸이 무리한 것 같다.